D.P. 를 처음 본 건 친구 추천 때문이었어요. 군대 얘기라니, 좀 무겁지 않을까 했는데, 첫 에피소드부터 푹 빠져버렸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그린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정해인과 구교환의 연기도 너무 강렬했고요.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D.P.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품 같아서, 그 매력을 세 가지 키워드—부조리, 인간성, 변화—로 나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군대 부조리: 숨 막히는 현실
D.P.는 군무이탈체포조, 즉 탈영병을 쫓는 헌병대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을 기반으로 한 이 드라마는 군대 내 계급주의, 가혹행위, 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면서 그들의 사연을 마주하는데, 그 과정에서 군대의 부조리가 하나씩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한 탈영병은 동료들의 괴롭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어떤 이는 상관의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도망치죠. 특히 코골이를 이유로 방독면에 물 붓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군필자인 제 친구는 “저 장면 보면서 옛날 생각나서 소름 돋았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는 이런 부조리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군대라는 시스템과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꼬집습니다. 2014년을 배경으로 한 설정은 당시 군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해서,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지만 눈을 뗄 수 없었어요. D.P.는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의 민낯을 과장 없이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인간성: 상처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들
D.P.의 진짜 매력은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캐릭터들이에요. 안준호는 처음엔 차갑고 냉소적인 것처럼 보여도, 점점 탈영병들의 아픔을 이해하며 따뜻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한호열은 유쾌한 말투와 행동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죠. 특히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드라마의 무게를 덜어주는 동시에 감동을 줘요. 탈영병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가슴 아팠어요. 예를 들어, 조석봉(조현철)은 민간인 시절엔 착한 청년이었지만, 군대에서 받은 끊임없는 괴롭힘 때문에 무너져가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이들의 탈영은 겁쟁이의 도망이 아니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환경에서 나온 필연적인 선택이었죠. 정해인과 구교환의 연기는 이런 캐릭터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려내서, 보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어요. D.P.는 군대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주며, 그들의 상처와 희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줍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의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변화: 희망을 향한 작은 발걸음
D.P.는 문제를 고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을 고민하게 해요. 시즌 1의 결말은 비극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했지만, 시즌 2에선 군대 내 부조리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와요. 예를 들어, 은폐된 사건을 파헤치려는 인물들의 노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려는 모습이 그려지죠. 하지만 드라마는 쉬운 답을 주지 않아요.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또 다른 피해를 받거나,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딜레마를 보여주거든요. 이게 현실적이어서 더 와닿았어요. 드라마 방영 후, 실제로 국방부가 2022년에 DP 병과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그게 D.P. 때문이라기보단 이미 논의되던 사안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 드라마가 군대 문제를 공론화한 건 분명해요. 시청자로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고, 변화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품게 됐어요. D.P.는 우리에게 변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마무리
D.P.는 군대의 부조리를 날것으로 보여주며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인간성을 통해 따뜻한 공감을 주며, 변화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예요.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겐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군대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 현실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죠.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외면해왔는지, 그리고 그걸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됐어요. D.P.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